월러스틴의 콘드라티에프 순환, 브로델의 로지스틱스 순환은 자본주의의 고유한 동학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밝힌다. 해당 순환은 자본주의 이전에도 관찰될 수 있으며, 해당 순환에는 이론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아리기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체계적 축적 순환을 제시한다.
아리기의 체계적 축적 순환의 핵심은 중기적 순환을 다루며 그 안의 자본주의적 특성을 제시한다는 점, 헤게모니 순환에서 관찰되는 반복성과 차별성을 명확히 한다는 점, 축적체제와 국가 간 체계의 결합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아리기는 축적이 세계의 체계적 차원에서 순환한다고 본다. 예컨대 영국의 체계적 축적 순환은 식민지가 필수였지만 영국의 헤게모니 쇠퇴 이후 나타난 미국의 체계적 축적 순환은 식민지가 아닌 초국적 기업이 핵심으로 등장한다. 이같은 트랜지션에서 중요한 것은 이윤율이다. 특정 체계가 지속될 수록 이윤율은 자연히 하락한다. 예컨대 기계에 투자할 수록 이윤율은 점점 하락한다. 초반에는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경쟁 기업들도 모두 기계를 도입해 기계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특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윤율을 다시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이때 이윤율 상승을 이뤄내는 것이 새로운 축적 순환의 등장이다. 새로운 축적 순환은 '조직혁명'이라는 개념 하에 등장한다. 세계 자본주의의 역사상 축적 순환의 전환, 즉 조직혁명은 크게 세번 관찰된다. 네덜란드, 영국, 미국의 조직혁명의 그것이다.
각 국가들의 축적 순환과 그 이면의 헤게모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들의 물리적 영토 팽창에서 나타나는 자본주의 경향과 영토주의 경향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경향의 영토 확장은 더 많은 화폐를 얻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이때 영토 확장은 식민지의 자원이나 해상 무역 장악을 위한 목적을 위한 투자로 나타난다. 제노바가 대표적 예시다.
영토주의 경향의 영토 확장은 더 많은 영토를 얻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예컨대 영토 확장을 통해 화폐를 벌어도, 영토 확장을 위해 해당 화폐를 투자하는 식이다. 이때 영토확장은 단순히 외연적인 확장이 아닌 내포적 확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영토 내에 관리되지 않던 것들을 치밀하게 관리하는 데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예시가 될 수 있다. 베니스, 중국, 로마제국이 대표적 예시다.
아리기는 역사적으로 각 국가마다 단편적으로 나타나던 자본주의, 영토주의의 경향이 현대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결합되어 나타난다고 본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미국의 팽창주의와 고립주의다. 미국은 헤게모니 국가로서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팽창주의를 펼치다가도 비용의 문제로 고립주의를 택한다. 그러나 고립주의가 오래 지속될 경우 헤게모니에 대한 도전이 나타나므로 다시 팽창주의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
월러스틴은 헤게모니를 모든 국가 위에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했으나, 아리기는 헤게모니를 moral leadership으로 해석하며 내가 누군가를 지적, 도덕적으로 끌고 가는 힘이라 주장한다. 또한 헤게모니는 일반이익을 추구하고 타 국가를 발전의 길로 유도해야 한다고 밝힌다. 즉 타 국가가 헤게모니 국가를 모방하고 싶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축적(유통) 양식은 끝없는 자본의 축적으로서 자본주의 시기 전체에 존재하지만, 생산 양식은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19세기부터 자본주의 내부에 자리잡는다.
자본주의 헤게모니가 지역 시장에서 거대 기업으로 선형적으로 발전해왔다고 보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헤게모니는 특정 시기에는 국가독점적인 모습을, 특정 시기에는 코스모폴리탄적(소규모 기업들에 기반한 자유경쟁적 형태의 자본주의) 모습을 띄어왔다.
보통 국가 독점 자본주의를 20세기에 처음 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국가 독점 자본주의는 현대의 그것보다 훨씬 거대한 형태로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이는 17세기 네덜란드의 인도회사가 대표적이다. 네덜란드의 인도회사는 전형적인 국가 독점 자본주의 모델로서, 세계를 두개로 나누어 네덜란드 기준 동쪽은 동인도회사, 서쪽은 서인도회사가 무역을 담당했다.
아르기는 자본주의 내에서의 팽창을 실물적 팽창과 금융적 팽창으로 구분한다. 실물적 팽창은 물질적인 것이 증가하는 시기이다. 현금을 보유하기보다는 투자를 진행하고, 공장이 지어지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이는 당연하게도 미래 전망이 좋기 때문이며, 이는 곧 이윤율 상승을 예상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승국면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특정 변곡점에서부터는 이윤율이 하락한다. 이윤율이 하락과 함께 신규 투자는 줄어들고, 이윤율 하락이 지속되어 금융수익률이 이윤율보다 높아지면 기존 투자자들은 철수를 진행한다. 그와 동시에 현금을 다수 보유한 기업들은 제조업이 아닌 금융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이와 함께 벌어지는 팽창이 금융적 팽창이다.
실물적 팽창에서의 위기, 즉 이윤율이 떨어지는 변곡점은 과잉생산 위기다. 과잉생산 위기는 물건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여서 발생하는 위기다. 이때는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먼저 도산하거나 경쟁력 있는 기업에 인수합병된다.
반면 실물적 팽창의 후반부, 금융적 팽창의 전반부에서 발생하는 위기는 과잉축적 위기다. 물건이 아니라 돈이 쌓여서 발생하는 위기로, 금융적 위기다. 수많은 자본들이 수많은 곳에 투자를 하다가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순간 한번에 빠져나간다. 이를 다른 말로는 신호적 위기라 부르는데, 이 경우에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먼저 도산하게 된다. 경쟁력이 있다는 이유로 수많은 자본이 투자되고, 기업 자체의 자본이 아닌 레버리지를 통해 사업이 굴러갔기 때문에 투자금이 없이는 사업 지속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를 흑자도산이라고 칭하는데, 사업 자체가 경쟁력이 있어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사업을 지속할 자본이 존재하지 않아 도산하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동아시아의 경제 위기, 더 자세히는 한국의 IMF 위기가 대표적인 과잉축적 위기, 흑자도산의 예시라 볼 수 있다.
신호적 위기 이후에는 금융적 팽창과 함께 '벨 에포크' 시기가 도래한다. 벨 에포크 시기에는 과잉 축적 상황에서 제조업이 불안정해지며 현금이 많은 기업들이 금융업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경쟁자가 사라짐으로 인해 남아있던 제조업 기업들은 여건이 더 좋아지고, 금융업으로 직종을 변경한 기업들 역시 이윤이 올라간다. 이같이 신호적 위기 이후,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잠깐 다시 나타나는 상승 국면을 벨 에포크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벨 에포크는 왜 지속되지 못하는가? 금융적 교란으로 인한 세계 시장의 붕괴 혹은 국가 간 경쟁의 전쟁화로 인한 생산 중단이 해당 원인이다.
조금 더 일반화된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벨 에포크는 전쟁과 같이 수많은 경제 체제가 무너질 만한 위기- 즉 체계의 카오스를 맞이하며 붕괴한다. 이때 벨 에포크에서 체계의 카오스로 트랜지션하는 시점에서 관찰되는 위기 상황을 최종적 위기라고 부른다. 이는 회복이 불가능한 시스템 자체의 붕괴이다. 역사적으로 최종적 위기는 나폴레옹 전쟁과 세계 1,2차 대전으로 나타났다. 아리기는 이같은 최종적 위기의 극복은 조직혁명으로 가능하다고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나폴레옹 위기를 극복한 영국의 조직혁명, 세계대전을 극복한 미국의 조직혁명으로서 설명된다.
전진운동이 앞선 시대의 특징을 버리고 새로운 특징을 만들어내는 움직임이라면, 후진운동은 앞선 시대의 특징을 이어가는 움직임이다.
영국의 경우 네덜란드에 없던 특징인 생산비용 내부화는 전진운동으로, 스페인 제국의 영토 확장 계승 및 제노바의 코스모폴리탄 자본주의 특징의 계승은 후진운동이라 볼 수 있다. 미국 역시 영국에 없던 거래비용 내부화는 전진운동으로, 네덜란드의 국가 독점 모델, 영국의 전지구적 모델 계승은 후진운동으로 해석 가능하다.
내포적 확장(intensive)의 사례는 네덜란드와 미국을, 외연적 확장(extensive)의 사례는 제노바와 영국을 들 수 있다.
아래 이론들이 아리기의 체계적 축적 순환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마르크스의 자본 순환 도식(M-C-M’ (G-W-G’))
브로델의 상업자본주의와 금융적 성숙
폴라니의 이중운동과 자기조정적 시장경제
슘페터의 경쟁을 통한 혁신
맥닐의 전쟁의 상업화와 산업화 ([전쟁의 세계사])
베버의 이동하는 자본을 둘러싼 근대 국가의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