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아티클은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백승욱 교수의 한겨레 인터뷰 "우크라이나와 대만 위기는 연결된다 ... "와 사회변동과 미래사회 강의의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아티클의 내용에 관한 모든 권리는 백승욱 교수에 있습니다.
세계 1차 대전과의 유사점, 차이점
1. 강대국의 지정학적 충돌 (유사)
강대국의 지정학적 충돌이 러시아와의 국경 지대에서 벌어졌다.
2. 독감, 팬데믹 (유사)
1차 대전이 종결되는 과정에서 스페인독감이란 팬데믹이 큰 영향을 끼쳤는데, 지금도 코로나 19팬데믹은 대변동과 맞물려서 진행 중이다.
3. 자유주의의 위기 (유사)
100년 전에는 자유방임적 자유주의의 한계로 실업자가 넘쳐나고 식민지 경합이 전쟁으로 치닫게 되었다. 지금 많은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부작용과 관련되어 있다.
4. 파시즘의 등장 (유사)
1차 대전 당시 자유주의 위기에 대한 대응 중 하나가 파시즘이었다. 적과 우리의 이분법으로 혼란에 대처하려는 강력한 구심점을 매우 반동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냈다. 지금도 자유주의 위기는 포퓰리즘 또는 극우정치의 분출로 비슷하게 반복된다.
5. 전시 자본주의 (유사)
1차대전에서는 금융과 무역이 단절되고 자유로운 시장질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시 자본주의를 경험했다. 지금은 코로나19가 일종의 전시 자본주의가 작동하도록 영향을 미쳤다.
6. 사회주의의 위상 (차이)
19세기 위기의 돌파 속에서 뉴딜과 함께 사회주의가 등장했다. 사회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와 제국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대안이었고, 러시아 혁명을 거쳐 중국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지금 대단히 역설적이게도 사회주의 혁명의 양대 국가였던 러시아와 중국이 바로 위협의 핵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주의라는 대안이 사라지고, 사회주의의 역사적 경험을 지닌 국가가 오히려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이 중요하다.
중국-대만 사태와의 연관성
러시아의 침공을 바라볼 때 조심해야 하는 점 두가지.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신냉전이라 판단하면 안된다.
- 국가 성격을 고정불변의 실체처럼 이해하면 안된다.
왜 러시아 침공에 이렇게 전지구적인 대응이 나타나는가?
- 2차 대전 이후 얄타체제, 즉 유엔 질서 자체가 흔들리는 일이기 때문
- 얄타체제는 식민주의, 팽창주의에 반대하는 질서
- 얄타회담을 진행한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빅4에 프랑스가 추가된 것이 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 러시아의 침공은 빅4 내부 질서의 근본적 붕괴를 이야기. 중국, 러시아라는 두 축의 체제 이탈 움직임.
현 상황을 신냉전으로 해석할 수 없는 이유
- 19세기 질서가 붕괴, 20세기 질서 재건
- 시장방임적 자유주의에서 시장개입적 자유주로 전환
- 개별 국가 경제 단위 성장 중시
- 적어도 유럽 내에서는 안정, 평화 유지 > 국제 질서 평화
- 즉, 안정적 국제질서 하에서 민족국가별 복지, 시장 체제 모색.
- 20세기 질서 붕괴, 20세기 후반 새로운 질서 재건
- 20세기 후반 사회주의 체제 붕괴, 신자유주의 등장으로 20세기 질서 붕괴
- 개별 국가 경제 단위가 아닌, 금융을 매개로한 전세계적 자본주의 네트워크 통합력 강화
- 이를 통해 국가 간 의존도(통합성)가 높아졌으나, 국가 내부 통합성은 불평등, 빈곤 등의 문제로 악화
- 국가 간 정치, 경제력 차이로 인한 문제도 심화
- 20세기 후반 질서가 야기한 문제의 대안
- 이에 대한 방편이 지역 통합, 즉 유럽연합의 등장
- 쟁점은 러시아를 유럽에 포함시키느냐, 마느냐
- But 유럽연합은 사실상 독일 중심의 유럽 통합, 즉 ‘대독일’의 형성
- 러시아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음, 그렇다고 유럽에서 떨어져 나갈 수도 없음
- 왜? 금융, 천연가스, 석유 등으로 경제 통합성이 높아졌기 때문
- 중국, 러시아 두 국가의 준동맹
- 냉전 체제와 같은 이념 대립이 아닌
- 러시아, 중국과 같이 규모가 커 지역통합에 들어가기 어려운 국가들 존재
- 그러나 경제적 통합성 때문에 전지구적 경제, 금융 네트워크 외부로 나갈 수도 없음
- 국내 정치 원심력에 대한 대응으로 권위주의 통치 강화
-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준동맹은 냉전 체제와 수많은 국가들의 같은 이념 대립이 아닌 정치, 경제적 위기에 따른 두 국가의 준동맹이라는 것
- 다시 말해, ‘명분'이 없음
러시아의 침공, 중국-대만 문제에 어떤 영향?
-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이전의 중국과 어떻게 다른가
- 시진핑 체제의 핵심은 혈통론 집단의 세습권력 형성.
- 혁명 1세대 지도자들의 자제들, 즉 세습 엘리트 집단이 2세대 통치세력 형성
- 즉 중국의 권력 구도는 시진핑 1인 체제라기보다는 시진핑을 핵심으로한 중국 공산당 영도 세력
- 이들의 등장의 원인은 개혁개방. 개혁개방은 중국 경제가 세계시장에 편입하고 해외 자본을 유치, 중국 관료 자본주의가 이득을 얻는 개방 형태.
- 문제는 개혁개방에 따른 자본주의 시스템이 30여년간 작동하며 당의 통제력이 이완되고, 당이 이익집단화 되어감.
- 이에 대한 대응으로 혈통론 세대가 집단 권력을 형성, 관료적, 제도적, 국가자본주의적 지배를 수립해가기 시작.
- 이러한 과정에서 개혁개방의 기본 특징인 지방 주도성이 말살되고, 리스크가 중앙으로 과도하게 집중.
- 리스크, 책임의 중앙 집중화 + 중화 민족주의를 통한 사회 관리 정책으로 내적 불만 통제 가능해짐
-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왜 대만에 집착하는가
- 다당제였다면,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상이한 정치집단에 넘길 수 있었겠지만 현재 중국은 일당제.
- 과거의 중국은 중앙, 지방 관계를 통해 문제를 회피할 수 있었지만 모든 리스크, 책임이 중앙으로 집중된 지금은 문제 회피 불가
- 시진핑은 문제 해결 돌파력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
- 영토 보전, 외부 개입 차단, 정치경제적 포위 가능성 돌파라는 과제들
- 대만은 단지 영토 보전에만 국한되지 않음. 외부 개입 차단, 정치경제적 포위 가능성 돌파와도 연관.
- 시진핑 체제의 타당성, 세계 최강 국가로서의-위협받지 않는 국가로서의 중국을 보여줄 내부 응집의 기회.
- 중국몽, 강군몽에 있어 전략적으로 대만이 중요해진 이유.
- 중국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무엇을 학습하였는가
- 첫째, 생각보다 미국 등의 금융 제재가 강력하다는 점. 국제은행결제망(SWIFT) 통제 등. 러시아는 외환보유고, 금 보유고를 늘리면 제재에도 일정 기간 버티리라 예상했지만 오판. 미국이 동결하는 순간 쓸 수 없는 자산이 될 뿐. 그렇다고 금을 파려니 금을 살만한 국가들은 이미 금융 제재 동참 중.
- 둘째, 개방 경제의 취약성과 강점. 러시아는 내세울 게 에너지밖에 없지만, 중국은 글로벌 분업 및 유통과 매우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 그러나 중국은 이미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은 듯 보임. 코로나19로 인한 외부 수요 감소, 유통 문제 등의 ‘유사 전시자본주의’ 상태에서 중국은 내수에 의존해 버텼고, 전략적 수입 물자의 상당 부분을 국산화함. 아직 해결 못한 건 반도체. 반도체가 키가 될 수 있음.
- 셋째, 길게 끌면 안됨. 1~2주 내에 결판 보려는 군사적 준비를 할 것.
- 넷째, 세계 정치에서의 고립. 유엔 표결에서 러시아 지지국이 4개국 밖에 안 됨. 러시아와 중국이 다른 점은 러시아는 타국 영토 침범이지만, 중국은 ‘대만 문제는 내정’이라 주장한다는 점. 또한 러시아의 위상보다 중국의 정치, 경제적 위상이 훨씬 거대하다는 것. 세계는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에 러시아의 침공과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 중국이 내외부의 원심력에 의해 대만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가
- 없음. 중국이 현재 문제를 가장 잘 돌파해가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
- 코로나19 대응, 경제 위기 대응, 미국과의 정치 갈등 대응 모두 비교적 우수했다는 평가.
- 중화 민족주의 강화, 외부와의 대결, 부패 관리 및 졸부 처벌 등의 정책으로 내부 응집도 높은 상태.
- 중국식 모델이 미국식 모델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
- 그건 불가. 중국 스스로가 자신들의 입장을 수세적 예외주의로 정한 듯. 즉, 보편성을 포기했다는 뜻. ‘중국식 모델’이란 없음.
- 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은 서구식 보편을 대체하는 새로운 보편을 보여주려 노력
- 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은 우리는 예외적 길을 걸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 표출
- 추격자 국가가 기존 질서에 도전할 때 중요한 점은 단순한 질서의 파괴를 목표로 하는지, 새로운 대안 제시를 목표로 하는지.
- 중국은 중화주의, 애국자 통치를 강조 중. 다른 나라가 따라할 수 없음. 대안 제시를 포기한 것.
- 이는 1933년 독일의 상황과도 겹쳐 보임.
- 어느 국가도 독일을 모델로 따를 수 없을 상태. 그러나 33-38년 동안 나치는 나름대로 대불황을 극복, 실업 문제 해결하며 유럽과 경제 통합 강화.
- 독일의 체코, 오스트리아 강제합병은 강력한 경제통합으로 인해 해당 문제를 ‘독일의 내정 문제'로 인정한 프랑스, 영국의 태도 때문에 가능했던 것.
- 중국 역시 동아시아, 유럽과의 경제통합을 강화 중이고 대만 문제를 내정이라 주장하고 있음. 세계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20세기와 21세기, 러시아와 중국은 어떻게 달라졌나
- 21세기, 러시아, 중국은 기존 자유주의 질서의 폐기로 나아갈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
- 20세기 러시아, 중국은 달랐음.
- 당시 러시아, 중국의 혁명은 단순 자유주의 질서의 폐기가 아님
- 자유주의 질서 한계를 넘어서려는 지향 + 사회주의적 질문 제기
- 20세기의 평화, 민주주의 지향을 버린 21세기의 러시아, 중국
- 러시아 혁명은 반전평화주의에 기반한 국제주의로 성공
- 중국 공산당 옌안 공산당 연립 정부 시절 인민민주주의 지향, 반파시즘 입장
- 러시아는 출발점인 반전평화주의를 버리고 과도한 군사주의로 나아갔다가 몰락
- 중국 공산당은 건국 이후 시진핑 체제까지 오는 과정에서 인민민주주의 폐기
- 결국 두 국가의 선택은 대안 없는 자유주의의 폐기이며, 그 결과는 사회주의의 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