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은 당대 주류 정신분석학이 Ego 심리학에 치중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이때 Ego 심리학이란 Superego 와 Id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건강한 인격체를 만드는 Ego를 강화하는 데에 목적을 둔 심리학을 의미한다. 라캉은 Ego 심리학은 궁극적으로 사회의 기존 질서와 제도에 순응하는 개인을 만들 뿐이라 지적한다.
이에 대한 반발로 라캉은 ‘프로이트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즉 인간의 내적 모순을 드러내고 해당 모순을 주체가 인식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으로서의 회귀를 주장한 것.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은 ‘혁명적’이라 불린다. 서양 근대 문명을 지탱하는 데카르트 철학의 근대성의 원리, ‘자기의식적 주체’를 완전히 부정해버리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모두 아는 존재가 아니며 자신도 모르는 동기에 의해 행동하는 존재로 규정한다. 재미있는 것은 라캉의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으로의 회귀가 프로이트 텍스트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라캉은 오히려 전혀 상관이 없어보이는 소쉬르의 구조언어학을 통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재해석한다.
본능적 욕구는 Id, 내면화된 아버지의 법이 Superego. Superego는 본능적 욕구, 즉 Id를 억압한다. 그러나 본능적 욕구는 억압에도 사라지지 않고 무의식을 형성한다. 무의식은 지속적으로 의식으로 나오고자 하며, Id와 Superego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Ego이다.
거울단계 이론은 Ego 형성 매커니즘을 보여준다. 동물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스스로라 인식하지 못해 금방 흥미를 잃지만, 인간은 거울에 비친 모습을 자신으로 동일시하고 흥미로워 함. 아이의 경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 스스로를 파편화된 존재, 불완전한 존재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본 순간, 그것을 스스로로 동일시하며 본인이 파편화된 존재가 아니라 통합된 전체(whole)라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이 다른 이들과 구분되는 스스로의 Identity, 즉 Ego의 형성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는 매우 나르시즘적인 과정인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이상적’이라 생각하여 스스로와 동일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Ego의 기저에는 나르시즘이 깔려있다.
문제는 거울에 비친 모습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절대 나 스스로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거울단계를 통한 Ego 형성 과정은 오인 및 소외의 과정이다. 즉 타인과의 동일시를 통해 스스로의 Ego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라캉이 왜 Ego 심리학을 비난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애초에 오인으로 형성된 허구로서의 Ego를 강화시키는 치료는 근본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진짜’ 치료라고 할 수 있는가? 프로이트 개념적으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마주하고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치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체는 존재와 의미 사이에서 분열된 존재로, 필연적으로 결핍된 존재다. 이때 의미화되지 않는 부분들이 실재계다. 그런데 의미화되지 않는다는 부분들은 기표를 통한 의미보다 더욱 ‘주체’를 잘 표현하며, 이에 따라 주체는 실재계에 속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욕구는 실재계에 속한다. 실재계에 속한 욕구가 언어화되면 상징계의 요구로 변형된다. 예컨대 기분 나쁜 공허함이 느껴지는 것은 욕구, 배가 고프니 밥을 먹고 싶다는 것은 요구다. 당연하게도 욕구와 요구 사이에는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이때 이 간극이 욕망이다. 그렇기에 욕망 역시 실체가 없으며, 욕망은 아무것으로도 충족될 수 없으나 그 대상은 아무것이나 될 수 있다.
라캉은 소쉬르가 말한 기호의 자의성을 한단계 더 급진시켜 기표와 기의는 아예 분리되어 있다고 밝힌다. 그렇다고 기표 기의가 마냥 유동적이지만은 않은데, 일시적으로나마 결합 시켜주는 역할의 주인기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인기표는 일시적으로 기표와 기의를 결합시켜주는 고정점 역할을 한다. 이때 주인기표는 다른 기표를 번역해주는 기능을 갖는다.
지젝은 라캉의 상징적 질서와 주인기표의 역할을 설명한다. 각각의 기표들은 처음부터 특정 기의와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자유, 국가와 같은 기표는 자유주의, 공산주의와 같은 주인기표에 의해 의미가 소급적으로 부여된다.